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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BioTalk_공감: 곰팡이랑 친구먹자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자
2017-02-13 11:09:51
조회수
1,701
BioTalk_공감 (3): 곰팡이랑 친구먹자 생명과학 Pang2Pal (2017-02-01 10:06) 1. 연구주제가 곰팡이?가끔 사람들이 연구주제에 대해 묻는다. 일단 "미생물학 연구를 합니다." 라고 대답한다. 대부분은 여기에서 "아.." 하고는 더이상 묻지 않는다. 간혹, "어떤 연구 주제를..?" 이라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쭈뼛거리면서 "곰팡이요" 한다. 왜 쭈뼛거렸을까? ‘곰팡이가 연구 주제라는게 부끄러운 건가.. 아니면 그들이 곰팡이에 대한 선입견이 있을까 걱정하는 것인가...’대학에서 생물학 공부를 시작했을 때 이렇게 오랫동안 공부할 거라는 생각도, 곰팡이 연구를 하고 있을거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실험하는 게 재미있어 보여서 연구실에 발을 들여 놓았고, 동물을 죽이고 피보는게 싫어서 미생물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곰팡이 연구를 하시는 교수님 연구를 함께 하고 학위를 받았다. 정확히는 효모 유전학 전공이다. 곰팡이로 빠져 든 결정적인 계기는 포닥 지원을 하면서였다. 면역학 연구실에서 오퍼를 받았고, 암연구소에서도 오퍼를 받았는데, 하필 병원성 곰팡이를 연구하는 그룹이 지정학적으로(?) 가장 좋은 곳에 있었다. 그 때만 해도 포닥 연구가 평생을 좌우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난 그야말로 naive한 생물학도였다. 2. 걱정도 팔자 ?곰팡이에 대한 선입견 어릴 적 즐겨보던 개그 프로그램 중에 <동작 그만>이란 프로가 있었다. 군대를 소재로 한 단막극 형식의 코너였는데, 등장인물 한 명의 별명이 “곰팽이” 였다. 하필이면 그 캐릭터는 지저분한 데다 늘 사고를 치는 쓸모없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곰팡이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이 예능에도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에는 그 프로를 보면서 즐거워 하고, 유행처럼 “곰패~ㅇ이”를 외치고 다니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곰팡이를 연구하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곰팡이” 라는 단어를 대하면 떠오르는 그림들은 빵이나 썩은 음식 에서 피어나는 포슬포슬하고 거무튀튀한 가루가 묻은 실타래 덩어리처럼 생긴 것들, 목욕탕 벽을 타고 기어오르는 누렇고 끈적끈적한 것들, 잘 마감해 놓은 실리콘을 얼룩덜룩하게 착색해 버린 검은색 정체물명의 것들.. 정도를 연상한다. 또 우리가 쓰는 표현들은 어떤가..? “곰팡이가 피었다” 라는 표현은 대개 ‘어떤 것들을 너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못쓰게 되었다’ 라는 의미로 쓴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생태계에서 곰팡이의 역할에 대한 이해 없이 생김새만 보고 곰팡이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귤에 핀 푸른 곰팡이 (출처: https://namu.wiki/w/곰팡이) 3. 곰팡이 ? 그들의 진짜 모습 만약에 곰팡이가 없었다면 지구는 지금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과거 석탄기의 식물들이 석탄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당시에 곰팡이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해서 분해 작용을 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거대한 양치식물들이 미처 썩지 않고 땅에 묻혔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진다. 지금도 곰팡이가 없었다면, 나무가 쓰러지거나, 숲속의 토끼가 죽었을 때 그들이 분해되어서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곰팡이들은 대사과정에서 죽은 생물들을 분해하고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이 과정을 통해 자연에 존재하는 유기체와 무기물을 순환하는 가장 중요한 연결 고리로 작용한다.  무엇보다도 곰팡이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잘 살아남는 강인한 생명체다. 우리는 ‘큰 생명체’ 하면 보통 지금은 사라진 공룡, 흰 수염 고래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큰 생명체는 곰팡이다. 미국 오레곤 주의 Malheur국립공원에 서식하는 버섯 (Honey fungus, Giant Armillaria Mushroom)은 8.9 제곱 킬로미터(2,200 acres)가 넘는 균사체를 뻗고 당당히 살아 있다 1, 2. 아, 버섯도 곰팡이라는 건 다들 아시겠지만...  그 뿐 아니라 곰팡이들은 살아있는 식물과 동물에 어우러져 생태계의 중요한 공생 파트너들로 작용한다. 곰팡이와 조류의 공생체인 지의류 (lichen)는 극한의 추위에도 살아남아 북극의 생명체들에게 소중한 먹을 거리를 제공한다 3. 또한 지구 상에 존재하는 80% 이상의 식물들은 곰팡이와 공생한다 4. 곰팡이는 식물의 영양 흡수를 돕는 조력자로, 식물은 곰팡이 덕분에 쉽게 얻은 영양소를 이용해서 대사작용을 하고 남은 부산물을 곰팡이에게 되값아 주는 아름다운 관계다. 만약 곰팡이가 식물과 공생하지 않았다면 식물은 지금처럼 건강하게 자라 울창한 숲을 이루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곰팡이들은 동물들과도 공생관계에 있다. 내가 관심있게 지켜보는 캔디다 알비칸스 (Candida albicans) 라는 곰팡이도 온혈 동물의 피부와 점막 조직에 살면서 동물과 공생하는 관계에 있다. 보통 때는 인간의 구강이나, 위장계, 생식기 부근에서 다른 미생물들과 함께 별 탈없이 지낸다. 실제로 어떤 다른 역할을 하는지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가끔씩 발바닥의 무좀이나, 머리에서 하얗게 떨어지는 비듬, 군데군데 버즘이 피는 것처럼 일어나는 피부병, 아기의 기저귀 발진이나 가끔씩 여성을 괴롭히는 질염 같은 사소한 질환들을 일으켜서 “나 네 안에 살아 있다” 라며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어쨌거나 있는 듯, 없는 듯, 우리와 어울려 잘 지내는 녀석이다. Candida albicans (좌: yeat form, 우: hyphae form, 출처: Park Lab, 2016)곰팡이는 우리 눈이 닿는 곳곳에 존재한다. 식탁 위에 놓아 둔 식빵에 포슬포슬하게 피어오른 곰팡이는 순식간에 수 백만 개의 포자를 공기 중으로 날려 보낼 수 있다. 우리는 숨을 쉬는 동안 수 백에서 수 천 개의 포자를 들이 마신다. 하지만 우리가 들이마신 포자들 때문에 허파에서 곰팡이가 자라거나, 버섯을 날로 먹다가 포자가 떨어져 우리 입 속에 버섯이 자란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게다가 Candida albicans를 비롯하여 다양한 곰팡이들이 아예 우리 몸 구석구석에 얌전히 자리잡고 앉아 다른 미생물들과 더불어 씩씩하게 잘들 살고 있다. 역시 우리는 그들이 일으키는 문제들로 힘들어했던 적도 거의 없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이들을 잘 다스리고 어루만지면서 달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의 면역체계가 과잉 반응을 해서 이들을 공격하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다. 아기 때부터 자라는 동안 면역체계가 끊임없이 그들과 소통하면서, 균형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공생관계에서 우리와 수많은 미생물들과 더불어 살도록 진화해 온 것이다.  4. 곰팡이 - 그들의 습격 왜 곰팡이들은 갑자기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적이 되었을까?   불과 4-50 년 전 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하게 살다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목숨을 잃거나, 암이나 장기 이상 등의 중증 질환에 걸리게 되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생을 마감했다. 요즘은 의학기술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우리는 백 살을 넘게 사는 세상을 맞이했다. 왠만한 병에 걸려서는 죽을 일이 없다. 장기 이식을 하고, 골수 이식을 받고, 항암치료를 하고, 고혈압, 당뇨, 자가면역 질환들은 좋은 약들로 증상을 조절하면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내 안에 있다. 고도로 발달된 의학기술 덕분에 우리는 전보다 훨씨던 오랫동안, 하지만 조금 “약하게”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장기 이식 수술을 하면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해 면역 억제제를 처방받아 수 개월, 혹은 수 년 동안 복용한다. 항암치료를 받으면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 때문에 암세포 뿐만 아니라 면역세포가 손상되거나 면역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당뇨나 자가 면역 질환 등에 걸려도 우리 면역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 면역체계가 더이상 이 작은 생물들을 잘 달랠 수 없게 되면 우리는 무척 다른 상황을 맞게 된다. 그 동안 고분고분 얌전하게 공생하던 미생물들이 관계에서 일탈을 시도한다. '보통'으로 살던 방식과 다른 유전자를 발현시키고, 다른 형태로 전환하고 다른 종류의 단백질을 합성한다. 그리고는 면역체계가 허물어진 우리 몸을 공격한다. 어떻게 보면 과도하게 웃자라는 것이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미생물에 감염되어서 돌연 사망하는 경우도, 허물어진 면역체계 때문인 경우가 많다. Candida감염에 의한 사망률은 무수히 많은 세균들을 제끼고 당당히 4위에 등극했다5.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상이다. (Candida albicans가 혈관 내피세포를 뚫고 들어가는 모습,  출처: Park et al., 2005)5. 곰팡이와 나 ? 관계의 균형 모든 현상을 푸는 열쇠는 관계에 있다. 생명 현상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도 생명을 이루는 세포들이 어떻게 관계를 유지하는가에 달려 있다. 미생물과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를 확인하고, 관계의 균형을 이루면서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곰팡이가 우리를 죽음에까지 이르도록 하는 어마어마한 병원균으로 전환하게 된 이유도 균형이 깨진 관계에 있을 것이다. 관계의 균형이 무너진 시점에서 시작된 곰팡이의 비정상적인 성장 패턴이 우리를 상하게 한다.  그들은 관계의 균형이 깨진 것을어떻게 알아 차릴까?  곰팡이는 경계선 하나를 두고 세상과 교류하는 단세포 생물이다. 경계선에 분포되어 있는 단백질들이 주변 환경과 교류하는 통로가 된다. 그들은 우리 몸의 세포들 뿐 아니라, 우리 몸 전체를 뒤덮고 있는 다른 미생물들과도 끊임없이 교류한다. 그들과 때로는 경쟁을 하고, 때때로 협력도 할 것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는 언제 누구와 어떻게 교류하고,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다. 이 녀석들은 우리의 면역체계가 무력화된 것을 어떻게 알아챘을까.. 어떻게 주변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걸까.. 어떤 방식으로 환경변화에 따라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고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있을까.. 이들의 삶의 방식을 주도하는 주요 인자들은 무엇일까..... ?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연구의 길로 들어선다.  나 역시 그들 중 하나다.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언제 쯤 찾을 수 있을까? 앞으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그 길 위에 뿌려야 할 것이다. 제대로 방향을 잡고 가는 것일까? 끊임없이 질문하기도 해야 할 것이다. 누군가의 노력은 답으로 가는 갈래길을 만들 수도 있고, 길을 만들지는 못해도 방향을 안내하는 작은 화살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만든 길을 따라가다 보니 나도 어느 지점에 서 있기는 하지만, 나의 연구가 새로운 길을 만들 거라는 자신은 없다. 다만 작은 화살표라도 되기를 바란다. < References > 1. Report about the largest Armillaria in the world. BBC News (07 August 2000). 2. Beale, BobHumungous fungus: world's largest organism? at Environment & Nature News, ABC Online (10 April 2003). 3. http://www.marinebio.net/marinescience/04benthon/arclife.htm 4. Remy W; Taylor TN; Hass H; Kerp H (1994). "4 hundred million year old vesicular-arbuscular mycorrhizae". Proc. Natl. Acad. Sci. U.S.A. 91 (25): 11841?11843. Bibcode:1994PNAS...9111841R. doi:10.1073/pnas.91.25.11841. PMC 45331Freely accessible. PMID 11607500. 5. Candida and Candidiasis 2nd Edition, by Richard A. Calderone (Editor), Cornelius J. Clancy (Editor) 6. Park et al. Role of the fungal Ras?protein kinase A pathway in governing epithelial cell interactions during oropharyngeal candidiasis. Cellular microbiology 7 (4), 499-510, 2005 출처: http://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79983&Page=3&SOURCE=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