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ACT Biotech

고객지원

고객지원

HOME > 고객지원 > 소식
제목
[바이오토픽] 만성피로증후군의 생물학적 토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나?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자
2019-03-22 13:45:04
조회수
2,093
[바이오토픽] 만성피로증후군의 생물학적 토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나?
 
의학약학 양병찬


© US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생화학자 로널드 데이비스는 유전자와 단백질을 기존의 기술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저렴하게 분석하는 기술을 발명했다. 그가 새로운 발명품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인지 고민하던 중, 서른세 살짜리 아들이 만성피로증후군(CFS: chronic fatigue syndrome)에 걸려, 젊은 나이에 심신이 쇠약해지는 것을 발견했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발명품으로 색다른 표적을 겨냥하려고 결심했다. 그것은 아들이 앓고있는 FAS의 까다로운 작동방식을 규명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 팔로알토에 있는 스탠퍼드 지놈테크놀로센터의 연구실에서, 데이비스는 게임용 주사위 크기의 정육면체 장치를 만들었다. 그것은 나노제작기술(nanofabrication)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그 속에 들어있는 2,500개의 전극들로 전기저항을 측정함으로써 인간세포의 속성을 평가할 수 있었다. 그는 여섯 명의 FAS 환자에게서 면역세포를 채취하여 스트레스요인(식염수 한 방울)에 노출시키고, 정육면체 장치를 이용하여 그 세포들의 속성을 평가해 봤다. 그 결과 스트레스에 노출된 면역세포들은 건강한 사람들의 면역세포보다 회복력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스가 이끄는 연구진은 보다 저렴한 대안(代案)을 개발하기 위해, 100개의 장치를 더 만들어 동일한 실험을 반복하며 성능을 테스트했다. 그리하여 그들이 내놓은 대안은 종이처럼 얇은 나노입자 회로(paper-thin nanoparticle circuit)인데, 제조비용이 잉크젯 프린터보다도 싸게 먹힌다고 한다. 아직 예비단계이긴 하지만, 데이비스가 새로 개발한 장치는 CFS에 관한 연구를 과학계의 주류에 편입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 만성피로증후군 테스트를 위해 개발한 나노입자 회로

근육통성뇌척수염(ME/CFS: myalgic encephalomyelitis)이라고도 불리는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해, 의사들은 지금껏 정신신체질환(psychosomatic disease)이라고 일축하며 더 이상 자세히 파고들지 않는 게 상례였다. 그러나 최근 실시된 연구결과들은 이구동성으로,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또는 화학경로)이 ME/CFS에 관여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우리는 ME/CFS라는 질병이 실재로 존재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장애들의 복합체임을 입증한 증거들을 많이 확보했다. 우리는 현재 임상시험에 착수하기 위해 많은 단서들을 모으고 있다"라고 콜럼비아 대학교의 이언 리프킨 박사(역학)는 말했다.

 

ME/CFS에 대한 의학계의 태도를 바꾼 것은, 2015년 미국의학원(IOM: Institute of Medicine)이 발표한 보고서였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IOM의 위원회는 9,000여 편의 논문들을 검토한 끝에, "만성피로증후군은 제대로 연구되지 않고 있는 생리질환이다"라고 결론지었다(참고 1). "IOM가 발표한 보고서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가슴에 손을 얹고, 만성피로증후군을 연구하지 않은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ME/CFS 해결운동단체(Solve ME/CFS Initiative, 캘리포니아 주 LA 소재 비영리단체)의 자허 나흘레 부회장은 말했다.

그러자 미 국립보건원(NIH)은 ME/CFS 연구에 배정한 예산을 600만 달러(2016년)에서 1,200만 달러(2017년)로 증액함으로써, IOM의 보고서에 화답했다. 이번 달, NIH 산하 국립 신경장애 및 뇌졸중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Neurological Disorders and Stroke)의 아빈드라 나스 박사(신경학)는 ME/CFS환자의 혈액·척수액·타액·대변 샘플을 대조군과 비교하는 임상연구에 착수하며, 첫 번째 환자를 등록했다. 나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이 특히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 '대사와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장내미생물과 단백질'을 분석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이번 연구를 가설을 제시하는 연구(hypothesis-generating study)라고 부른다. 연구자들은 'ME/CFS 분야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지'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다"라고 나스 박사는 말했다.



진단방법이 없으면 치료도 없다

ME/CFS를 치료하려면, 먼저 그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게 순서다. 그래야만 최초의 진단검사도 나올 수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약 100만 명의 미국인들이 이 질병을 갖고 있다"고 추산하고 있지만, IOM의 보고서는 자그마치 250만 명일 거라고 결론지은 바 있다. 의사들은 광범위한 판단기준을 이용하여 환자를 진단하는데, 그중에는 '인지장애 경험 여부', '6개월 이상의 심각한 피로', '다른 질병을 배제할 수 있는가' 등이 포함되어 있다.

"내 아들은 난독증이 있으며, 음악을 듣지도 못한다. 말도 못하고, 글도 쓰지 못한다. 그런데 의사들은 여러 가지 검사를 해보고는, 하나같이 '정상입니다'라고 말한다. ME/CFS 환자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알려주는 검사가 시급히 필요하다 "라고 데이비스는 말한다.

 

리프킨 박사는 과민성대장증후군(IBS)를 호소하는 ME/CFS 환자 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독특한 장내미생물 군집을 발견했다. ME/CFS는 종종 IBS를 수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Microbiome》에 게재될 예정인 그의 논문에 따르면, "ME/CFS와 IBS는 장내미생물이 관여하는 신체과정(예: 비타민 B6 생성)과도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D. Nagy-Szakal et al. 《Microbiome》; 근간). 그리고 2016년 12월 다른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세포가 에너지를 생성하는 데 필수적인 효소(pyruvate dehydrogenase)에 문제가 생길 경우, ME/CFS가 발병할 수 있다"고 한다(참고 2).

그러나 대사·미생물·면역에 관련된 데이터를 살펴보면, 그렇잖아도 복잡한 ME/CFS가 더욱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에 어떤 연구자들은 '인체를 구성하는 다양한 시스템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다음과 같은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다양한 초기 촉발요인(initial trigger)들이 비슷한 대사경로들을 변화시켜, 궁극적으로 삶을 바꾸는 ME/CFS로 이어진다."

데이비스도 대사경로에 주목하고 있다. 그가 정육면체 장치를 이용한 실험에서 얻은 결론은 "세포는 스트레스에 반응하여 에너지를 생성해야 하는데, 대사장애가 생기면 이 능력이 손상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결론이 일관성을 유지하기를 바라므로, 다른 질환을 보유하거나 보유하지 않은 ME/CFS 환자들을 대상으로 좀 더 많은 비교검토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그는 절박한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나는 학문적인 관점에서 ME/CFS를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 아들의 심신이 쇠약해지고 있다."

 

 

※ 참고문헌
1. http://www.nature.com/news/us-panel-redefines-chronic-fatigue-syndrome-1.16905
2. Ø. Fluge et al., “Metabolic profiling indicates impaired pyruvate dehydrogenase function in myalgic encephalopathy/chronic fatigue syndrome”, JCI Insight 1, e89376 (2016); https://insight.jci.org/articles/view/89376

※ 출처: Nature 543, 602 (30 March 2017) http://www.nature.com/news/biological-underpinnings-of-chronic-fatigue-syndrome-begin-to-emerge-1.21721